“정혜재활원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추억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돌봐주신 이홍기 원장님과 여러 선생님들께 마음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목표는 사회복지학을 더 공부하는 것이고 독립 후 결혼해서 안정된 가정을 꾸리는 것입니다.”
34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17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제주도지사로부터 ‘장한 장애인 상’을 표창 받을 김칠석(33·지적장애 2급)씨는 15일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환히 웃으며 답했다.
제주도에 등록된 3만 명 이상 장애인 가운데 매년 1명만이 수상하는 영예로운 순간을 차지하게 된 칠석 씨. 오늘의 순간이 있기까지는 칠석 씨의 끈기와 성실함 그리고 자신보다 몸이 불편을 이들을 위한 배려가 한 몫을 차지했다.
20대 중반인 9년 전 시설(정혜재활원)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사회생활 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것이 재활원 관계자들의 전언. 하지만 칠석 씨는 재활훈련을 통해 조금씩 상태가 호전됐고 몇 년 전에는 산업정보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2년 과정을 마쳤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재활원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강의실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고를 반복하며 그는 사회복지학도의 꿈을 키웠다. 재활원에 와서도 자청해 재활원의 일들을 거들었다.
칠석 씨는 세탁업, 친환경 유기농업 등을 거쳐 지금은 이전 일보다 좀 더 안정적인 모 대형마트 매장에서 상품진열 일을 하고 있다.
이홍기 정혜재활원 원장은 “보통 지적장애 친구들은 끈기가 없어서 얼마 일하다가 가지 않지 바람에 잘리곤 하는데 칠석 씨는 지금까지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원장은 “재활원에 휠체어 타고 다니는 분들을 보면 알아서 밀어드리기도 하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눈치껏 알아서 돕는 심성 고운 친구”라고 덧붙였다.
그는 운동에도 소질이 있어 볼링 에버리지 180까지 도달 할 정도로 수준급으로 도내 장애인 체육대회에 여러 트로피를 수상하기도 했다.
무엇이든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처리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칠석씨는 사회복지사 20인의 연서로 추천받아 올해 장애인의 날에 ‘장한 장애인 상’을 수상하게 됐다. |